국회법 고쳐야 국회가 살고 헌법 고쳐야 나라가 바뀐다.

“추미애와 노조법 처리 약속  법사위서 상정안해 직권상정  단상점거 막으려 의장석 지켜  어떤일 있어도 폭력국회 안돼”  지난해 말과 올해 1월 1일 새벽까지 국회는 새해 예산안을 둘러싼 여야의 갈등으로 또다시 요동쳤다. 도무지 타협과 양보를 하지 못하는 여야의 이전투구를 지켜보다 못해 예산안 부수법안과 노동관계법안을 직권상정해 처리한 김형오 국회의장은 어떤 심경이었을까.“국민에게 낯을 들 수 없다. 특히 외국의 정치후진국들에도 우습게 보이는 모습은 더욱 그렇다. 국회의장은 권한은 없고 책임은 무한책임이다. 권한 없는 국회의장은 국회 질서를 못 잡는다.”―국회법 개정은 어떤 방향이 돼야 하나.“2월 국회의 최우선 과제가 국회법 개정이다. 나는 이제 괜찮으니 차기 의장의 위상을 올리고 권한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 국회 관행상 의사일정을 짜고 협상하는 것은 원내 교섭단체끼리 하도록 돼 있다. 의장의 권한은 사회 보는 것과 직권상정 두 가지밖에 없다. ‘왜 의장이 중재 안 하느냐’고 비판하는데, 의장이 불러도 안 오는데 어떡하나. 그래도 국회를 바꿔야 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폭력 국회는 안 된다.”―지난해 예산안 연내 처리가 안 되면 여야 지도부와 동반 사퇴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예산안 직권상정은 역사상 한 적이 없다. 내가 그 전통을 깨뜨리고 직권상정할 명분이 없었고, 비상사태도 아니어서 직권상정을 하지 않았다. 만일 예산안이 처리 안 됐으면 여야 지도부가 사퇴 안 하려고 했어도 국민이 놔두지 않았을 것이다. 여야가 단상을 점거하는 꼴불견을 막기 위해 내가 의장석을 지켰다.”―갑작스레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하게 된 과정이 궁금하다.“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다. 사실은 추미애 국회 환경노동위원장과 단둘이 만나서 미리 약속을 했다. 나는 노동관계법을 직권상정 안 하는 대신 추 위원장은 이 법을 환노위에서 반드시 처리한다는 것이다. 이 약속을 서로 지켰다. 추 위원장이 어려운 일을 했다. 환노위에서 어렵게 처리했으면 법제사법위에서 충분히 논의해야 하는데 (유선호 법사위원장이) 문을 열자마자 산회하는 이런 비겁한 일이 어디 있나. 그래서 (직권상정 여부를) 고민할 필요가 없어졌다. (그래서 직권상정을 했다.)” ―노동관계법 직권상정에 대해 여권 핵심부와의 막판 교감은 있었는지….“내가 압력을 받았다고 하는데, 국회의장한테 (직권상정을) 간청할 수는 있겠지. 너무 세면 ‘강청’인데, 그런 압력에 굴하면 의장이 아니다. 여러 사람 불러서 얘기를 듣고, 고민 끝에 (이 법을 처리 안 하면) 사회적 혼란이 너무 크겠다고 해서 결심한 것이다.” ―당분간 여야 관계가 경색될 것 같다. “여야 다 책임이 있다. 여당은 야당의 명분을 살려줘야 하는데 그런 것에 너무 인색하다. ‘수의 정치’를 한다는 인식이 생기면 야당은 극렬히 저항한다. 이번에 여당이 법안전쟁에 승리했다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야당 생활을 경험한 의장으로서 현재의 민주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여든 야든 시대 변화를 깊이 인식해야 한다. 반대 투쟁이 국민 지지를 받을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야당이 연내에 예산안을 처리해줄 방침이었는지 의문이었다. 피켓시위, 점거농성, 의장에 대한 인격적 모욕 등 한국 국회를 조롱거리로 만드는 일은 안 해야 한다.”―개헌 논의를 주도했는데, 개헌논의 전망은….“대다수 의원이 개헌에 찬성한다. 정치지도자들이 당리당략에 좌지우지되는 게 문제다. 그러나 해가 바뀌었으니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본다. 나라를 바꾸려면 헌법을 고쳐야 하고 국회를 바꾸려면 국회법을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