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악당이요” 광고하는 선군정치

전교조 서울지부가 환경미화용으로 권장한 북한의 선군(先軍)정치 포스터에 ‘군대를 앞세우는 정치’라는 설명을 달았다는데, 한자풀이로는 맞지만 학생들의 이해를 돕는 친절한 설명은 전혀 아니다. 선군정치란 한국식으로는 ‘군사독재’라고 옮기는 것이 가장 적절한데, 김정일 정권은 군대를 거의 유일한 권력의 기반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공산당이 권력의 핵심 역할을 하기에 공산당 정권이라고 부르는 일반적 사회주의 체제와는 매우 다른 시스템이 지금 북한에서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김일성 사후에 선군정치가 제시되면서 식량·석유·전기 등 북한에서 가장 부족하고 그래서 절실한 생존 자원이 최우선 공급되는 특혜가 군대에 부여됐고, 노동당에서 파견한 정치위원이 지휘관을 견제하고 지도하는 당 우위의 원칙도 무너져 버렸다. 독자적인 군의 경제활동이 강화되면서, 군 간부들은 외화벌이와 외국 지원물자의 횡령 등을 통해 재산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되고 굶주리는 일반 병사들은 주민들의 식량을 빼앗고 뇌물을 강요하고 있는 선군의 어두운 풍경에 대한 탈북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김정일 정권이 노동당의 약화를 감수하면서까지 군대에 매달리는 것은, 공포정치를 유지하는 데 총칼의 위력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며, 선군정치는 한마디로 군대를 김정일 개인의 사유물로 만드는 프로젝트나 마찬가지다. 군대의 지나친 우대로 인한 반란의 위험은 군 간부들에게 권력은 나누어주지 않되, 호화생활을 누릴 수 있는 특권을 주는 식으로 방지하고 있는데, 중간보스들을 철저히 견제하면서도 돈으로 부리는 마피아의 시스템과 유사하다.

선군정치의 이름으로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과 이를 동원한 주변국 위협도 강화되고 있다. 한총련 등 친북단체들은, 미국 등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생존적인 차원의 정책이며 약소민족의 설움에 마침표를 찍었다면서 선군정치를 옹호하는 가두선전을 시작해 국민을 당황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위협론은 지난 60년 동안 반복된 북한의 논리이며, 선군정치가 등장한 시기에 미국의 위협이 특별히 강화됐다고 볼 증거가 없음에도, 주민들을 굶기면서까지 수십억 달러의 돈을 들여 군비 확장을 하는 것은 앞뒤가 전혀 맞지 않다.

김정일 정권이 핵과 미사일 위협을 통해 한국은 물론 미국, 일본까지 협박하여 돈을 뜯어내고, 인권유린·달러위조·마약유통 등의 범죄행위를 적당히 눈 감게 만들고자 한다는 것은 지난 10여년의 경험이 잘 알려주고 있다. 이번 미사일 발사도 북한의 달러화 위조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어 달라는 일종의 ‘몽니’라는 것을 북한 스스로 실토하고 있다.

핵과 미사일을 자위조치라고 강변하는 북한의 논리는 이런 도발이 오히려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자초하고 우려를 증폭시키고 있는 만큼 자가당착이 아닐 수 없다. 스스로 끊임없이 분란을 만들어 내려고 안달하면서, 그 핑계를 미국의 탓으로 돌리는 얄팍한 속임수는 세상의 웃음거리가 되기에 충분하다. 대량살상무기 위협이 결국은 주변국의 공포감을 자극하여 이익을 얻으려는 데 있기에, 북한은 한편 힘없는 약자로 행세하다가, 다른 한편 강성대국을 부르짖는 이중적 행동을 한다.

사실 선군정치 구호는 어떠한 반론도 불가능하고 끝없이 외부의 적을 부각시켜 긴장을 강요해야 하는 북한 내부용으로는 통할지 모르지만, 한 발만 밖으로 나가면 결국 군사독재·군사모험주의·무력만능주의 등 ‘나는 악당이다’라고 자기 입으로 광고하는 격이 돼 버린다. 이런 선군정치를 학생들에게 무슨 거창한 정책인 것처럼 알리는 전교조나, 이를 옹호하겠다고 나서는 한총련 등의 맹목성이 너무 놀랍다.

민주주의가 뿌리내린 한국에서 군사독재가 자랑스럽다고 감격하고, 이를 타인에게까지 강요하는 이들은 히틀러에 열광하는 서구의 신나치그룹만큼이나 시대착오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