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밀려나는 미국..시다바리 전문 일본..

중국이 주도적으로 추진해 작년 연말에 1차 회의를 성사시킨
이른바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창설이 아닌가 싶다.
아세안 10개국에 한국과 중국, 일본, 인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까지 참여시킨
이 회의는 미국도 참여를 열망했을만큼 주목되는 자리였다.

무려 31억명의 인구와 세계 교역량의 20%를 차지하는 지역의 국가들이
총망라돼 정상회의를 가졌으니 미국으로서는 그럴만도 했다.
미국의 열망은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
적어도 아시아권에서는 어떻게 하든
미국보다 더 강력한 경제적 영향력을 발휘하고자 한
중국의 가장 적극적인 반대가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물론이었다.

중국이 아시아권 경제 맹주를 노릴 의지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은 현실적으로도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 가장 만만하다고 할 수 있는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무역을 통한 경제적 영향력이 아닌가 보인다.
현재 중국의 이 지역에 대한
작년 교역액은 사상 최고인 1400억달러에 이르렀다.
이는 전년에 비해 약 30% 이상 증가한 것이다.
각국별 증가율은 더욱 놀랍다.
홍콩에서 발행되는 아시안 월 스트리트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0년 이후 최소 100%에서 600%까지 교역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는 무려 300%에 가까웠다.
아세안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미국 경제의 영향력을 넘어서는 것은 그야말로 시간문제가 아닌가 싶다.

잠재적인 적으로 늘상 간주해온 인도와의 교역액 규모 역시 놀랍다.
작년 92억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일본을 제치고
인도의 역내 최대 교역 대상국의 위치를 고수했다.

의지의 실현을 향한 보다 구체적인 행보도 없지 않다.
최근 중국 철도부가 발표한 자국 영토 밖으로의 철도 연결 계획이
아마도 그렇지 않나 보인다.
대륙을 사방으로 나눠 인도, 동남아, 러시아 동부와 서부 쪽으로 연결,
적어도 아시아 일원에 대한 물류 시스템의 기반을 확보하자는
의지가 확연하게 읽히고 있다.

원조 수혜국에서 공여국으로 완전히 전환하겠다는
중국 당국의 장기적 계획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을듯 하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가 일단 차이나 머니가 향할
최대 대상이기는 하나 아세안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에도 시혜를 베푸지 말라는 법이 없다.

현재 중국 당정 고위층에서 2008년을 전후한 시점부터
매년 갹출하기로 적극 검토중인 정부개발원조(ODA)의 규모는
GDP의 0.1% 규모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OECD 평균인 0.25%보다는 낮으나 나름대로 의미는 있다.
더구나 중국의 GDP는 2008년경 3조달러 전후에 이를 전망이다.
0.1%만 갹출해도 30억달러는 충분하다.

경제 규모가 적은 아세안으로서는
이중의 일부마저도 감지덕지하면서 시혜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아세안이 자연스럽게 중국 경제의 영향권에 더욱 확실하게
접근하게 되는 것은 필지의 사실인 것이다.

중국은 2010년이면 FTA를 통해 아세안과의 교역액을 현재의 1300억달러 수준에서 두배 이상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인도와 추진중인 FTA가 타결될 경우 현재의 100억달러 미만의 교역액은 수년내에 200-300억달러 전후로 늘어날 개연성이 다분하다. 당연히 이 과정에서 상당 액수의 ODA 자금도 흘러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의도적으로 그렇게 하지 않더라도 점점 아시아내의 경제 맹주로 분명하게 떠오르게 된다는 얘기이다.

중국 경제의 아시아에서의 거침 없는 질주에 걸림돌이 전혀 없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우선 미국이 안보 전략 차원에서 중국의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지켜볼지가 의문이다. 지난해 말 EAS 참가를 강력 희망한 데에서 보듯 앞으로 사사건건 중국의 행보에 급제동을 걸고 나올게 거의 확실한 것이다. 특히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대만 문제를 언제나 먼저 들고 나올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일본 역시 중국의 파워 확대를 수수방관할 가능성이 낮다. 어떻게 해서든
중국에 대응할 동조세력을 규합, 연합 전선을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적인 우방의 관계를 확실히 다지고 있는 미국, 대만이
큰 힘을 보탤 것으로 유력시되고 있다.
아세안과의 조속한 FTA 체결, ODA 확대등의 전략으로 중국에 맞설 수도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중국이 아시아권 경제의 맹주로 올라서는 것은 장기적으로 불가피할 듯 하다. 국경이 무의미한 지구촌에서 주변국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도록 커져만 중국 경제의 영향력을 인위적으로 제어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이므로 더욱 그렇지 않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