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어되지 않는 야만 명예살인을 멈춰라

제어되지 않는 야만, ‘명예살인’을 멈춰라[세계민주화] 여성을 남성의 부속물로 보는 시각 근본원인

이진우 기자//–>

오늘날처럼 개명한 시대에 이방인과 연애를 했다는 이유로 자신의 딸을 죽이는 명예살인이 횡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그것도 선진국인 영국에서 말이다. 영국 법원은 최근 가족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자신의 친딸을 살해한 아버지에게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해자는 올해 20세의 이라크 쿠르드계 여성 바나즈 마흐무드(Banaz Mahmoud)였다. 그녀의 아버지와 삼촌은 바나즈를 구두끈으로 목졸라 살해한 뒤 가방 속에 넣은 채 뒤뜰에 파묻어 버렸다. 이라크에서 태어난 바나즈는 10살 때 가족과 함께 영국으로 왔다. 17살 때 아버지가 정해준 남성과 결혼했는데 남편은 그녀에게 폭력을 일삼았다. 참다못한 바나즈는 자살까지 시도했다. 결국 이혼을 하고 친정으로 돌아온 그녀는 이란 출신 쿠르드족 남성과 사귀게 되었다. 아버지는 남자가 이라크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로 교제를 금지하며 바나즈를 집 안에 감금하고 구타했다.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바나즈는 남자 친구를 더 이상 만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잊지 못해 비밀리에 연인을 만나 사랑을 키웠다. 그러나 비밀 연애는 그리 오래가 못한 채 가족들의 귀에 들어가게 되었다. 종족 사회의 저명 인사인 삼촌은 가족 회의를 소집한 뒤 조직폭력배를 동원, 남자 친구에 대한 살해를 교사했다. 이것이 실패로 돌아가자 다음날, 삼촌과 아버지는 어머니가 외출하고 집에 홀로 있는 바나즈를 살해하였다. 그녀는 행방불명 상태가 되었으나 경찰의 추적으로 사체가 발견되기에 이르렀다. 영국 국민들은 가족 간에 자행된 희대의 살인극에 충격을 금치 못하고 명예살인 문제를 여느 때보다 심각하게 받아들였다. 영국에서는 지난 10년간 무려 25명의 여성들이 가족에 모욕을 끼쳤다는 이유로 무슬림 가족 친지들에 의해 살해됐다고 한다. 바나즈 사건처럼 이미 밝혀진 것 외에도 100건이 넘는 살인 사건이 ‘명예 살인’으로 추정되어 조사가 진행 중에 있다.현재 영국에는 180만 명이 넘는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몇몇 무슬림 공동체는 엄격한 이슬람법인 샤리아(sharia)를 영국 법보다 더 우위에 놓고 있다.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무슬림 인구가 많이 흩어져 살고 있는 유럽 전역이 사실은 동일한 문제로 사회적 충격을 경험하고 있다.영국은 지난 2004년에도 ‘명예살인’의 명목으로 자행된 끔찍한 살인 사건이 발생, 사회 문제가 된 적이 있다. 무려 46차례나 칼에 찔린 채 변사체로 발견된 시신은 젊은 남성이었으며 이란 출신의 옥스퍼드 대학생으로 밝혀졌다. 그는 같은 대학에 다니는 방글라데시 출신 여학생과 열애 중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아버지는 이미 딸의 혼처를 정해 놓은 상태였다. 딸은 아버지의 뜻을 따르지 않고 몰래 청년과 사랑을 지속했고 임신까지 하고 말았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아버지는 집안의 명예가 더럽혀졌다고 격분한 나머지 두 아들을 시켜 청년을 살해한 것이다. 보통 명예살인은 여성을 대상으로 자행된다. 가령 부모가 정해준 중매혼을 거부하거나, 이혼을 하거나 간통을 할 때, 심지어 성폭력의 희생자가 될 때도 명예살인의 대상이 된다. 이슬람에서 여성은 남성의 종속물의 성격을 띈다. 그래서 여성의 과오는 남성과 가족의 명예를 더럽히는 오점이 되며 이를 처벌하는 것은 가족의 명예 회복을 위해 당연하다는 것이 아랍인들의 의식 속에 있다. 주로 가족 내부 문제로 치부되기 때문에 공권력도 수수방관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사건이 드러나지 않는 관계로 정확한 통계조차 어렵지만 유엔인구활동기금(UNPFA)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세계 도처에서 매년 약 5,000명의 여성들이 명예살인의 희생양이 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요르단에서는 년간 살인사건의 4분의 1이 명예살인이며 예멘에서는 한 해에만 400여건의 명예살인이 자행된 적도 있다. 지난 5월에는 이라크 쿠르드족 사회에서 발생한 명예살인 장면이 영상으로 그대로 담겨 전해짐으로써 파문을 일으켰다. 17세의 소녀는 경찰까지 가담한 마을 주민들의 돌팔매와 잔혹한 짓밟음에 참혹하게 숨을 다해 갔다. 더구나 이 동영상은 살해에 가담한 청년이 현장에서 휴대폰으로 찍어 인터넷에 올린 것이었다. 야만의 악습, ‘명예살인’이 어떻게 하면 이 지구상에서 영원히 사라질 날은 언제일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무고한 여성이 신음을 토하며 잔인한 죽음을 겪고 있을지 모른다. 생각조차 하기 힘든, 참으로 끔찍하고 참혹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진우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