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인종차별’ 다시 고개든다

 국민일보 | 기사입력 2008.05.29 19:18 유럽에서 인종차별주의가 다시 고개 들고 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정부는 불법 이민자 정책과 관련해 강경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민자 색출 작업을 서두르는가 하면 마피아 등 폭력조직과  연계해 불법 이민자들을 제거하려는 움직임까지 감지된다. ◇집시를 내쫓아라…공포정치 되살아나나=유랑민족인 ‘집시’들이 첫번째 타깃이다. 약 2주 전 이탈리아 나폴리 외곽 폰티첼리에서는 대형 방화사건이 발생했다. 이륜차 폭주족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집시 정착촌에 불을 지른 것이다. 자욱한 연기 속에 마을은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배후에는 마피아 세력이 연계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피녜토 거리에서도 복면 괴한들의 무차별 공격이 이어졌다. 실비오 베를루스코 이탈리아 총리는 불법 체류 사실이 발각되면 최고 징역 4년에 처하도록 하는 새 이민자 정책을 발표했다. 불법 이민자들에게 임대해준 땅은 모조리 몰수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전체 불법 체류자의 6분의 1을 차지하면서 일정한 주거지가 없는 집시들에게 가장 불리한 정책이라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는 29일 보도했다. 현재 이탈리아에서 살고 있는 집시 10만여명이 불법 체류자로 추정된다. 영국 출신 칼럼니스트 시어도어 달림플씨는 이런 일련의 사건과 관련해 더 타임스 기고문에서 “공포정치가 만연할 조짐”이라고 규정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탈리아인들은 두려움 속에서 살지 않을 권리가 있다”고 말하지만 이탈리아인을 불안하게 만드는 어떤 것이든 공격 목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고 그는 지적했다.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을 포함한 10개 비정부기구(NGO) 단체들도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연합의 가치와 원칙을 무시하고 인종차별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파시스트의 거리도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60년 만에 첫 당선된 우파 성향의 새 로마시장 지아니 알레마노는 이탈리아사회운동(MSI) 첫 당수인 조르조 알미란테의 이름을 딴 거리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조르조 알미란테는 무솔리니의 뒤를 이어 네오파시스트 운동을 시작한 인물이다. ◇샹젤리제 주방장들의 ‘반란’=프랑스 파리 샹젤리제 거리의 ‘비스트로 로맹’이란 레스토랑에서는 엿새째 아프리카 출신 주방장 등 직원 30명과 주인이 대치하고 있다고 인디펜던트는 보도했다. 주방장을 비롯한 직원들은 합법적으로 일할 권리를 주장하며 식당을 점거한 채 파업에 들어갔다. 거리 곳곳에는 붉은 깃발이 꽂혀 있고 플래카드에는 “그들은 우리에게 따뜻한 물을 빼앗아갔다”는 등 열악한 근무 여건을 나타내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이들처럼 파리의 식당과 상점 등에 고용된 700여명의 불법 체류자들은 프랑스 정부의 이민자 추방 움직임에 반발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니콜라스 사르코지 대통령의 발언도 이들을 자극했다. 그는 최근 “불법 이민자들을 대거 구제하게 되면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불법 체류 노동자들은 지난 2월과 4월에도 유사한 시위를 벌였다.